소소한 영화 리뷰/중간 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 나의 EX.(2018) 남편을 뺏은 게이 손에 들어간 사망보험금 찾기.

개죽 2019. 9. 1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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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EX.

"넌 수학을 잘하니까 물어보자.

1만 년이 얼마나 길까?"

"1만 년만큼요."

"틀렸어. 

1만 년은 어떤 사람이 평범해지고 싶다면서 널 떠났을 때

그 사람이 떠난 날부터 하루하루가 바로 1만 년인 거야."

- 영화 나의 EX 중에서.


영화 내용. (결말 있음. 스포 있음.)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여자 류싼렌에게 끌려와 

낯선 집 앞에 도착한 소년 쑹청시. 

화가 유독 많은 쑹청시의 어머니 류싼롄은 그를 세워두고 

집안으로 들어가 껄렁껄렁한 집주인 아제를 협박한다. 

죽은 남편의 보험금을 내놓으라는 것.

하지만 정작 아제는 보험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영화 나의 EX 류싼롄

어른들은 쉬쉬하고 있었지만 그가 죽은 아버지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쑹청시. 

쑹청시는 아버지의 물건을 내다 버린 류싼롄 때문에 

화가 집을 나온다. 

무턱대고 아제의 집으로 찾아간 쑹청시는 그를 찾으러 온 

엄마 류싼렌과 아제의 회유에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화 나의 EX 아제

얼떨결에 사랑했던 남자의 아들을 떠맡은 아제. 

류싼롄에게 쑹청시를 건드리면 거기를 잘라버리겠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치욕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그. 

쑹청시는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나쁜 사람' 아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가난한 연극 연출자이며 배우인 아제. 

쑹청시는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그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영화 나의 EX 아제와 쑹청시

아제의 너저분한 집과 그가 좋아하는 기타. 

아제의 모든 것은 쑹청시의 아버지 쑹정위안의 

흔적이 남아있는 추억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별난 사내 아제는

17년 전 인기가 있었다는 아무도 찾지 않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피땀을 흘린다. 

그러던 아제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류싼롄의 말대로 쑹정위안이 죽기 전 보험금 수급자를 

아제로 바꿨던 것이다. 

영화 나의 EX

한편 남편에 이어 아들 쑹청시까지 아제에게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류싼롄.

쑹청시 때문에 아제의 집에 들러 음식에 청소까지 하고 나온 

그녀는 우연히 아제의 어머니를 만난다. 

자신을 아들의 연인으로 오해한 아제 어머니의 명함을 

받은 그녀. 

영화 나의 EX.

사망 확인 서류가 없이는 아제가 보험금을 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격해져만 가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는 류싼롄은 

공연장에 찾아가 깽판을 치고 아제의 어머니를 찾아가 

아들이 게이이며 자신의 남편을 빼앗았다고 말해버린다. 

영화 나의 EX

아들의 상담사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며 눈물을

터뜨리는 류싼롄.

남편이 자신이 남자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재산과 모은 돈 

모두를 주고 떠나던 날을 떠올리는 그녀. 

아제가 아픈 그를 보살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류싼롄이 슬픈 표정으로 묻는다.

"다 가짜였을 까요?

조금도 절 사랑하지 않았을 까요?

정말. 이 만큼도 사랑하지 않았을 까요?"

상담을 받고 돌아오는 길 걸려온 쑹청시의 다급한 전화. 

사채업자들에게 당해 발목이 부러진 아제를 데리고 어쩔 수 없이 

연극 공연장으로 향하는 쑹청시와 류싼롄.

영화 나의 EX

발목이 부러진 아제는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면서도 

고통스럽게 연극을 시작한다. 

연극을 보며 죽은 남편 쑹정위안을 떠올리는 류싼롄은 

연극을 시작하는 그날이 남편이 죽은 지 100일이 되는 날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오래전 아제를 사랑했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그를 버리고 류싼롄을 택한 쑹정위안. 

병에 걸리고 죽음이 가까워져서야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아제에게 돌아갔던 그. 

아제는 연극을 통해 그 이기적인 연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영화 나의 EX

엉망진창인 연극이 끝나고 넘치도록 아름다운 꽃다발을

들고 아들 아제를 찾아온 그의 어머니.

류싼롄의 폭탄선언을 듣고도 기어이 아들을 

찾아온 그녀는 아제에게 웃으며 꽃다발을 건네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쑹청시와 류싼롄.

영화 나의 EX

이후 류싼렌은 아제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그가 싫어하는 야채 반찬을 잔뜩 놔두고 돌아온다. 

쑹청시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가 

류싼롄과 함께 아제가 연극에서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온다. 


나의 사사로운 감상평 :

긴 시간을 한 남자만 사랑하기에 너무나 아까운 잘생긴 마성의 게이 아제. 

자신을 배신한 죽은 남편 때문에 허송세월이나 하기에는

너무나 열정이 많은 시끄러운 여자 류싼롄.

한 남자 때문에 인생이 제대로 꼬여버린 두 사람과 

그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사춘기 소년 쑹청시의 모습을

대만 드라마인 '나의 EX'는 너무나 재미있게 잘 그려냈다. 

평범한 삶을 살겠다는 핑계로 자신을 버리더니 

병들어서 돌아온 남자를 위해 간 이식을 해주고 

수술비를 위해 사채까지 쓴 아제와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도 남편의 충격적인 고백을 들어야 했던 여자.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수령해서라도

자신이 사랑받았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류싼롄은 아제와 닮았다. 

맹목적으로 희생하는 사랑을 하는 두 사람. 

도통 둘 중에 누가 진짜 EX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진짜 나쁜 놈은 죽은 쑹정위안뿐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진짜 나의 삶을 찾고 싶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새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말 나쁜 건 쑹정위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들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 것은 '나쁜 놈'이 아닌 '나쁜 사회'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거침없이 '평범한 삶'을 규정하고 '게이'가 나쁜 것이라고 치부한 이 사회가 만든 

상처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사회의 시선이 가혹하지 않았더라면 열렬히 사랑했던 두 남자는 

"평범함"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 평생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류싼롄은 마땅히 사랑받으며 사랑하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쑹청시는 세상에서 제일 말이 많은 어머니와

게이 연인을 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묵직한 소재와는 달리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연인의 아내인 류싼롄을 끔찍해하면서도 아들인 쑹청시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아제. 

남편의 게이 연인 아제가 꼴 보기 싫으면서도 아들 일을 핑계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류싼롄.

아제와 류싼롄은 모두 나쁜 어른으로 분류하면서도 

아제의 연극 티켓을 아이들에게 강매하고 불쌍한 어머니 류싼롄의 상담을 

부탁하는 소년 쑹청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어른은 벌을 받아야 한다."

사춘기 소년 쑹청시의 말은 인상적이다.

과거의 아제는 쑹정위안에게 어머니에게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다. 

쑹정위안은 어머니가 상처 받을 것이라면서 그를 말린다.  

정작 그 자신이 아제와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혔으면서.

훗날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던 아제의 어머니는 

쑹정위안의 걱정과 달리 게이 아들에게 커다란 꽃다발을 전달한다. 

쑹정위안이 틀린 것이다. 

큰 마음으로 아들을 품어내는 아제의 어머니는 진짜 어른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류싼롄 또한 쑹청시의 어머니다. 

잘못을 저지른 그녀는 아제의 어머니를 보며 벌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상처 받은 노인이 아들에게 꽃다발을 주는 순간을 목격한 그녀.

우리는 그렇게 벌을 받고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류싼롄와 아제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엄청남!!)

시간이 나면 꼭 보자!!

대만 영화는 잘 모르는데 정서가 우리나라랑 묘하게 잘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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