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새의 날갯짓을 멈추지 못하리.
새는 날개와 함께.
깃털처럼 떨어지네.
하늘을 나는 어떤 것도.
종달새도, 그대도.
다른 이들처럼 죽지 않으리."
- 영화 뉴욕의 가을 중에서.
영화 내용. (스포 있음. 결말 있음.)
4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바람둥이 윌 킨(리차드 기어).
뉴욕에서 유명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그는 숱하게 여자들을
갈아치우며 자유로운 삶을 즐긴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친구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하러 온
스물두 살의 샬럿(위노라 라이더)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의 할머니를 만나 샬럿이 옛 친구 케이티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윌.
윌의 시선 하나에 얼굴을 붉히는 샬럿도 매력적인
중년의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특색 있는 모자를 만드는 샬럿에게 여자 친구의 모자를 부탁하는 윌.
그의 전화를 반가워하며 모자를 만들어 그에게 가져간 샬럿.
윌은 그녀에게 자선 파티가 있는데 여자 친구에게 바람을 맞았다고 말한다.
샬럿에게 혹시 파티에 같이 갈 수 있는지 묻는 윌.
신이 난 샬럿은 그가 미리 준비한 드레스를 입고 자선 파티로 향한다.
그와의 동행이 마냥 행복한 샬롯에게 접근한 여자 하나가
자신을 리사라고 소개하고 윌에 대해 묻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자꾸만 마음이 가는 샬럿을 바라보는 윌.
하지만 그의 생각에도 그녀는 자신에 비해 너무 어리고 사랑스럽다.
키스 타이밍이 되자 그 답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윌.
"나머지는 중력에 맡길 게요."
이미 그에게 빠져든 샬럿이 대답한다.
윌이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는 순간 샬럿이 다시 입을 연다.
"난 비 냄새를 맡을 수 있어요.
이건 언제 배웠을까요?"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우리는 어떻게 하죠? 윌.
지금 이 순간 말이에요."
주저 없이 샬롯에게 키스하는 윌.
샬럿과 하룻밤을 보낸 윌은 아무래도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그녀를 앞에 두고 말한다.
"네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건 이게 다야.
지금 이 순간의 감정뿐이지."
그가 헤어지려고 한다는 사실에 샬럿은 자신에게
병이 있다고 윌에게 고백한다.
1년이 후면 자신의 이야기로 여자들을 꼬실 수 있을 거라고
웃으며 말하는 샬럿.
그녀의 아픈 심장에 대해 알게 된 윌은 살럿과 아름다운 가을을 즐긴다.
샬럿을 사랑하게 될수록 그녀를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을
두려운 윌.
그보다 샬럿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할로윈 파티를 하던
윌은 만나던 전 여자 친구와 옥상에서 관계를 맺는다.
윌이 옥상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목격한 샬럿은 그에게 묻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거짓말하는 윌.
"심장이 아프면 희한한 재주가 생겨요.
모든 박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거짓말이라면 알 수 있어요."
샬럿은 그의 심장에 손을 대보고 오열하며 차에서 내린다.
샬럿과 헤어지고 충격에 휩싸인 윌.
하지만 그는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좋다며 자신을 설득한다.
이곳저곳을 헤매며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온
윌은 의외의 손님을 맞는다.
어린 시절 실수로 얻게 된 딸 리사가 아버지인 그를 찾아온 것.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린 그녀는 자신을 모른 척하고
한 번도 찾지 않은 윌에게 서운함을 전한다.
혼란했던 마음을 정리한 윌은 다시 샬럿을 찾아가
용서를 빈다.
다시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고 고백하는 윌.
화를 내면서도 다시 그를 받아들이는 샬럿.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괴로워하는 윌.
1년은 남았다고 생각했던 그녀와의 시간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는 마음이 급해진다.
수술을 포기하는 서류까지 작성하고 자신의 죽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샬럿 몰래 그는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그녀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샬럿의 수술을 맡겠다고
하지 않고 윌은 절망한다.
절망한 윌은 딸 리사를 찾아가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진심으로 자신이 벌인 짓을 사과한다.
리사는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조사관인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어려운 수술을 맡아주는 의사를 찾아준다.
하지만 이미 결정 난 수술 거부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윌과 샬럿.
윌은 그대로 그녀를 떠나보낼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밝히고
샬럿 또한 그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밝힌다.
결국 마지막 순간이 오면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는 두 사람.
너무나 빨리 찾아온 샬럿의 마지막 순간.
짧은 인사를 남기고 어려운 수술에 들어간 샬럿.
하지만 수술을 실패로 끝이 나고 그녀를 사랑했던 그들은
샬럿을 잃는다.
윌의 시계를 가져가면서
자신이 그의 시계를 가져갔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할 때
돌려주겠다고 말했던 샬럿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리의 시계를 돌려준다.
그와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을 이제는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샬럿이 떠나간 후.
딸 리사와 손주를 데리고 시간을 보내는 윌.
나의 사사로운 감상평 :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시한부 삶을 사는 젊은 여자 샬럿.
평생을 철들지 않는 바람둥이로 살아온 늙은 남자 윌.
그들의 삶은 묘하게 뒤바뀐 상태다.
죽음을 향해 곧장 달려가는 젊음과
평생 어른이 되지 않은 채 진지한 삶에서 항상 비껴가는 늙음.
무슨 짓을 해도 철이 들지 않던 늙은 남자 윌은
사랑스러운 샬럿의 서글프고 애통한 젊은 죽음을 통해서
겨우 진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 날 밀리라는 여자를 만나 딸을 낳았던 그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샬럿을 살리기 위해
힘겹게 수술할 의사를 알아보고.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샬럿을 설득한다.
비록 윌은 그녀를 잃었지만,
그는 샬럿을 통해 책임감을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법을 배운 윌.
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딸 리사의 아들을 안고
우유를 먹인다.
윌은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내용은 로맨스라기보다 성장 영화에 가깝다.
반백살 중년 남자의 성장이라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너무나 멋진 리차드 기어와
너무나 아름다운 위노라 라이더가
너무나 아름다운 뉴욕의 가을을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
'뉴욕의 가을'
(그러고 보니 위노라 라이더는 기묘한 이야기에서 아들 윌을
지키느라 고군분투했었는데.
'윌'하고 인연이 깊네.
윌 엄마 조이스가 너무 아름다웠던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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