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영화 리뷰/중간 영화 리뷰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잘못된 통역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외도의 흔적.

개죽 2019. 12. 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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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원제 :Lost In Translation (번역 속에 사라지다.)

"앞이 안 보여요.

시간이 가면 보일까요?"

"아니. 그래도 조금은 보일지 모르죠.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되고 

원하는 걸 알게 되면 

주위 환경이 변하더라도 담담해지죠."

-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중에서. 

 


영화 내용. (스포 있음. 결말 있음.)

일본으로 위스키 광고 촬영을 하러 온 유명 배우 밥 해리스(빌 머레이).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낯선 나라가 쉽지 않은 그는

아이들밖에 모르는 아내의 무심한 연락을 받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밥 해리스(빌 머레이)

밥과 같은 호텔에 머무르는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와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샬롯(스칼렛 요한슨)

광고 촬영을 맡은 열정 가득한 일본인 감독의 기나긴 요구에

짤막한 통역만을 해주는 통역사.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감독의 요구와 간략하기만 한 통역

사이에 남아있는 커다란 간극. 

하지만 밥은 그 커다란 오역의 구멍을 대충 노련하게 무마해가며 일을 끝마친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호텔 방에서 바쁜 남편 존이 올 때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샬롯은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남편의 지인을 목격한다. 

발랄하고 활달한 그녀를 보고 한마디를 한 샬롯에게 

언제나 잘난 척을 한다고 지적하는 존.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일 때문에 출장을 가야 하는 남편 존에게 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그는 일이라고 말하며 

샬롯을 떠난다. 

삭막하고 낯선 도시에 혼자 남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샬롯.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샬롯은 바에서 우연히 만나 몇 마디를 나누며 친해진 밥에게

친구들을 만나러 가겠냐고 묻는다.

밤새 잠을 이루는 일이 힘겨운 밥은 선뜻 그녀를 따라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소통한다. 

호텔방을 쓰레기 통처럼 지저분하게 사용하면서

'당신의 진짜 영혼을 찾아서.'라는 책을 읽는 여자를 이해해가는 밥.

버스에 자신이 찍은 위스키 광고가 지나갈 만큼 유명하지만,

촌스러운 티셔츠를 뒤집어 입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남자를 이해해가는 샬롯.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아무리 봐도 똑같아 보이는 카펫 색깔을 묻기 위해 일본에서

일을 하는 남편에게 카펫 샘플을 보내는 아내. 

자신에게는 도통 관심이 없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밥.

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남편과 결혼을 하고 

모든 것을 그에게 맞추었지만,

일 때문에 바쁜 남편에게 소외되어 가는 샬롯. 

쉽게 잠들지 못하는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왜 R과 L 발음을 구별하지 못할까요?"

"재밌으라고 그러는 거겠죠.

두 발음을 섞어 쓰면서 삶의 재미를 찾아보려고.

세상에 재밌는 일이 통 없으니까."

"다시는 여기 오지 말아요. 

우리랑 안 어울려요."

결혼한 지 25년이 지난 밥은 겨우 2년 전에 결혼한

 샬롯에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준다. 

스스로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그녀가 

자신은 소설을 쓰고 사진을 찍어 봐도.

어느 방면으로도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자

평범한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를 위로하는 밥.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샬롯과 같은 흔들리는 젊은 시절을 보낸 밥은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야기를 해주며 샬롯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까지 않는다. 

밥의 엉덩이에 발을 붙인 샬롯과 

그 발을 토닥이는 밥.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잠이 든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남편 존이 출장을 가고 밥이 일본에서 남은 일을 하는 사이 

혼자 일본 산사를 돌며 시간을 보내는 샬롯. 

술에 취한 밥은 바에서 노래를 하는 같은 연배의 여자와 

실수로 밤을 보내게 되고 

함께 식사를 하자고 그를 찾아갔던 샬롯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친밀하고 다정한 두 사람은 묘한 냉전을 하며 

불편한 점심을 먹게 된다. 

하지만 다시 호텔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마음을 풀고 

서로를 마주한다. 

밥이 일을 마치고 내일 떠나게 된다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떠나는 당일 샬롯만을 생각하는 밥.

그는 지난날 건넨 외투를 가져다 달라는 핑계로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샬롯에게 외투를 건네받고도 떠나가는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밥.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공항으로 가는 길 우연히 샬롯을 본 밥은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달려간다. 

처음으로 그녀를 끌어안은 밥은 샬롯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인다. 

그리고 그녀와 입을 맞추고 차로 돌아가는 밥.

샬롯은 그를 돌아보며 천천히 갈 길을 걸어간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나의 사사로운 감상평 :

원작 포스터에는 빌 머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거대한 빌딩 벽에 보이는 거대한 공룡과 복잡하고 삭막하게 느껴지는 도시.

영화 속에서는 나오지도 않는 우산을 들고 그 도시를 등진 스칼렛 요한슨뿐이다. 

가장 중요한 빌 머레이는 빌딩에 그려진 공룡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라져 있다. 

그가 '소통'이며 이 세상에서는 이미 멸종된 상태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실 영화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광고 촬영 때문에 일본을 찾은 중년의 남자와

남편의 일 때문에 그와 같은 호텔에 머무르는 젊은 여자가 

만나 짧은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전부다. 

그들은 침대 위에서 함께 누워서도 사랑을 나누는 일이 없고 

스킨십이라고는 마지막에 나눈 포옹과 입맞춤이 전부다. 

게다가 마지막 밥이 샬롯에게 한 말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다.

그저 각자 이혼하고 미국에서 다시 만나서 뜨겁게 사랑하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추측해 볼 뿐이다. 

극의 초반 밥은 통역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나긴 감독의 요청을 '카메라를 응시하세요.'로 일관하는 통역사와

대화가 끊이지 않던 옛날처럼 전화로 말을 걸어보지만 

카펫과 아이 외에는 관심이 없는 밥의 아내는 닮아있다.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지인에게 전화도 걸어보고 

남편에게 말도 걸어보지만 샬롯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그들 또한

이미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지만, 

정작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잘못된 통역 같다.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밥과 샬롯.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라는 멍에와

 극심한 나이 차이를 안고 있는 그들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게 소통한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외도를 미화하는 영화는 아니다. 

(물론 능력 없는 통역사를 쉽게 용인하는 밥처럼 

영화는 그들의 외도를 달콤한 사랑이라고 쉽게 용인해 준 것 같기는 하다.

잠자리를 하지 않았지만, 서슴없이 질투하고 열렬하게 서로를 원하는 밥과 샬롯의

관계는 틀림없이 외도니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늙은 유부남과 젊고 아름다운 유부녀의 애틋한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른다. 

소통. 

소통이 되지 않는 인간관계가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인지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 옆자리에 누워 매일 밤 잠드는 사람과의 소통이 결여되는 순간

사랑했던 그 사람의 숨소리는 내가 잠들지 못하는 내내 목을 조르기도 한다. 

낯설고 각박한 도시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어쩌면 소통이라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공기와 같은 것 인지도 모른다.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것. 

어쩌면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두 사람이 침대에서 벌인 일이 겨우 엉덩이에 발을 대고

그 발을 토닥인 것뿐이라서 

이만큼 이 영화의 외도에 대해 관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잠든 샬롯과 

잠든 아이의 발을 잡고 잠든 아버지처럼 보이기도 했던 밥.

두 사람은 분명 연인이 하는 평범한 사랑을 보여줬지만,

그 안에는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져만 가는 

외로운 사람이 있었으니까. 

 

소피아 코폴라

거장 프란시스 코폴라( 영화 대부 시리즈)의 딸로 알려진 감독 소피아 코폴라. 

낯선 나라 일본을 보는 방식은 약간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일본을 편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지만. 결국 같은 동양인이라서 그런가.)

영화를 보다 보면 발음 이야기는 물론 일본 문화를 대하는 태도가

꼬여 있는 느낌을 어쩔 수 없이 받게 된다. 

내가 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본 프로그램이야 그렇다고 쳐도

사람들에 대해서도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어 간판이 가득한 빌딩 숲과 

감정이 과잉되거나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사람들.

(일본을 배경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스칼렛 요한슨까지 비하되는 느낌.)

그래도 영화는 별 내용 없는 것 치고는 굉장히 재미있다. 

바로 옆에 사람을 두고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소외감에 몸부림치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사실 이런 감정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지루한 영화일 수도 있다.)

행복한 당신에게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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