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영화 리뷰/중간 영화 리뷰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수치심과 죄책감 사이에 남은 사랑의 흔적.

개죽 2020. 2. 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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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플레이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인간을 완벽하게 하는 건 바로 사랑이니라."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중에서.


영화 내요. (스포 있음. 결말 있음.)

변호사가 된 마이클은 1958년

서독 노이슈타트에서 있었던

열병 같은 첫사랑을 떠올린다. 

성홍열을 앓던 어린 마이클(다비드 크로스)은 

죽을 것처럼 아팠던 어느 날 골목에서 구토를 하다가

우연히 성숙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마이클은

안정이 된 이후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여인을 찾아간다.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아름답지만 투박한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보다가 도망친 마이클.

하지만 이내 마이클은 그녀를 다시 찾아간다.

석탄을 들고 오라는 주문에 온몸에 석탄 가루를 묻힌

그에게 목욕물을 받아주는 여자.

두 사람은 바로 관계를 맺는다. 

풋내 나는 열다섯 살 소년 마이클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름이 뭐예요?"

"왜 물어?"
"3번이나 만났는데 이름도 몰라요.

뭐 잘못됐어요?"

"아냐. 꼬마야. 잘못된 거 없어. 한나야."

"의심이 많나 봐요?"

"네 이름은?"

"마이클이요."

"마이클? 내가 마이클이랑 있었구나."

"한나."

학교를 나서면 곧바로 한나(케이트 윈슬렛)의

집으로 달려가는 마이클.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트램에서 검표원으로 일하는 한나.

그녀를 보기 위해 트램 뒤로 탄 마이클.

ㅅ서로를 피하며 엇갈리는 두 사람.

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싸움을 벌인다.

왜 모른 척을 했는지.

왜 트램 뒤로 탔는지를 따지는 두 사람.

"넌 날 화나게 못해.

넌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소리를 지르며 마이클을 내쫓는 한나.

하지만 다시 돌아온 마이클은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트램 뒤로 타면 그녀가 키스를 해줄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한다.

자신이 정말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냐고 묻는 마이클.

고개를 젓는 한나.

자신을 사랑하냐고 묻는 마이클.

고개를 끄덕이는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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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관계 이후 책을 읽어주던 방식을 뒤집는 한나.

"책을 먼저 읽어 주고 사랑을 하는 거야."

감성이 풍부한 한나에게 매일같이 

책을 읽어주는 마이클. 

마이클은 한나에게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자고 말한다. 

그녀를 마이클의 엄마로 오인하는 사람들

틈에서 즐거운 여행을 하는 두 사람.

"고통이 커질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두려움은 사랑을 증폭시킬 뿐

사회적 편견도 망각하게 한다."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한나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마이클.

그는 친구들이 해준다는 생일 파티도 거절하고

평소처럼 한나에게 달려온다.

하지만 검표원에서 사무직으로 승진한 한나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마이클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화를 내는 마이클과 싸움을 벌이는 한나.

한나는 마이클을 깨끗이 씻기고

사랑을 나뉜 뒤 말한다.

"이제 친구들한테 가."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중년의 남자가 된 마이클(랄프 파인즈)은 떨어져 살던

딸 줄리아를 만난다. 

아버지와 가까이 지내지 못 한 이유가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던 딸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마이클.

"누구한테도 마음을 못 열어.

줄리아. 네가 잘못 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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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사라진 한나 때문에 

상처를 입었던 마이클은 성장해 법대생이 된다. 

교수님과 학생들 몇 명과 함께 재판을 지켜보게 되는

마이클은 충격을 받는다.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인 책 때문에 

재판에 오른 한나 슈미츠를 목격한 마이클.

친위대 감시원으로 일하며 수감자 선별을 하고 

아우슈비츠로 매달 60명의 사람을 보내는 일을 했던 한나.

다른 다섯 명의 감시원과는 달리 자신이 한 짓을 

인정한 한나.

수용소가 좁았기 때문에 매달 60명의 사람을 가스실로

보낸 것이 정당하냐고 묻는 판사에게

한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판사님은 어떻게 했겠습니까?

감시원 자원이 잘못한 건가요?"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다른 감시자들과 달리 한나는 어린 소녀들을 데려다가

책을 읽게 시켰다고 말하는 책을 쓴 생존자.

한나는 친절하게 아픈 사람들을 도왔지만

결국 아프고 병든 사람들 모두를 아우슈비츠로 

보냈다고 증언한다.

때마침 책을 쓴 소녀의 어머니가 죽음의 행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증언대에 선다.

수감자들이 갇혀있던 교회에 불이 났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 모두가 사망했다고 말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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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까?"

"뻔하잖아요. 

열 수 없었어요. 감시원이니까요.

수감자들을 감시해야 했죠.

도망치게 할 수는 없었어요."

"사형당할 테니까."

"아니요. 문을 열면 아수라장이 될 텐데 어떻게 

질서를 유지해요.

눈이 오고 폭격을 맞고 마을 전체가 불탔어요.

수감자들을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었어요.

수감자들 감시가 우리 임무였어요."

다른 감시원들과 달리 모든 것을 인정하는 한나는

그들의 표적이 된다.

모두가 입을 모아 한나를 책임자로 지목한다.

보고서 작성마저 모두 한나의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때 필체 감정을 하기 위해 노트와 펜이 주어진다. 

자신은 책임자가 아니라고 말하던 한나는

조용히 말한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썼어요."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재판을 받는 한나를 보며 괴로워하던 마이클은

교수를 찾아간다. 

피고한테는 유리하고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실을 알고 있다고 고백하는 마이클.

"하지만 당사자가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해요."

이제야 한나가 했던 모든 행동을 이해한 마이클은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은 채 

교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교수는 중요한 건 우리의 감정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에 있다고 말해준다.

"진실을 알면서도 나서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평생 지고 살아갈 텐가?"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한나의 접견을 위해 찾아갔다가 결국 

마지막 순간 돌아서는 마이클.

그는 한나 슈미츠가 다른 감시원들과 달리

'무기징역' 선고를 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눈물을 흘린다.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제법 나이가 든 마이클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책들을 발견한다. 

곧장 녹음기를 사 가지고 온 마이클은 

한나가 좋아했던 책들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녹음한 테이프를 한나가 있는 교도소로 보내주는 마이클.

마이클의 선물을 받은 한나는 깜짝 놀란다.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책을 녹음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마이클.

그리고 백발이 되어서야 글을 배우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한나.

마이클이 녹음한 책을 그대로 가져다가

느린 속도로 혼자 글을 익혀가는 한나.

마침내 그녀는 마이클에게 답장을 보낸다.

"꼬마야 지난번 책 좋았어."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녹음테이프를 보내면서도 한나의 편지에 답장하지

않는 마이클.

하지만 마이클은 수감 생활이 끝나는 한나 때문에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아무도 없는 한나가 감옥을 나가면 갈 곳이 없다는 것.

집과 직장을 알아본 마이클은 드디어 한나를 찾아간다.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마이클.

"네 기분은 중요하지 않아.

네 생각도 중요하지 않고.

죽은 사람은 죽은 거니까."

"배운 게 있을까 궁금했어요."

"하나 있긴 해. 글을 배웠어."

마이클은 다음 주에 데리러 오겠다고 말하고

한나를 떠난다.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그가 떠난 후 애초에 감옥을 나갈 생각이 

없었던 한나는 자살한다. 

연락을 받고 감옥으로 찾아간 마이클은 

짧은 유서와 함께 한나가 남긴 통장의 돈과

깡통 속의 돈을 전해받는다.

생존자였던 책을 쓴 소녀에게 주고 싶다는 

유언을 전해 들은 마이클.

마이클은 미국으로 찾아가 생존자를 만나 

한나가 차곡차곡 모은 돈이 담긴 깡통 함께

그녀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수용소에는 가지 말아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으니까.

아무것도."

한나를 용서할 마음이 없다고 말한 생존자에게 

그녀가 15살 소년이었던 그의 연인이었다고

고백하는 마이클.

"그 여자가 당신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군요."

홀로코스트에 그 돈을 기부할 수는 없으니 깡통만

갖겠다고 말하는 여자.

마이클은 유대인 문맹 퇴치에 기부할 수 없겠냐고 묻는다.

흔쾌히 알아봐 주겠다고 대답하는 여자.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한나의 빈 깡통을 진열하는 생존자.

그리고 딸에게 돌아간 마이클은 딸 줄리아를 

데리고 한나의 무덤을 찾아간다.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한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나의 사사로운 감상평 :

짧지만 강렬했던 이 영화 속 사랑의 기반은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관통한다.  

문맹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무기징역을 당하는 한나. 

어쩌면 15살 소년을 '꼬마'라고 부르면서도 

잠자리를 하는 그녀에게 

마이클의 존재는 수치심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한나라는 캐릭터는 모순 덩어리다. 

그녀는 책을 좋아하면서도 글을 읽지 못한다.

마이클을 꼬마라고 부르면서 어른끼리 하는 

육체적인 사랑을 즐긴다. 

영화에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어주는 장면이 있다.

어린 소년과 정사를 즐기고 

그에게 책을 읽도록 시키면서 

한나는 그 책을 역겹다고 표현한다.

더불어 친구에게 책을 빌렸다는 마이클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며 훈계한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책을 계속 읽으라고 말한다. 

그녀의 삶은 모순의 반복이다.

영리하고 성실하지만 

글을 모른다는 약점 하나 때문에 

도망치기를 반복한다. 

당당하게 자신이 친위대의 감시원으로 

일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고 판사에게 따지면서도 

나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 한다는 고백 하나를 

하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마이클이 기대하는 것은 그녀의 반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나는 끝까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감옥에 가두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깡통에 모은 돈을 생존자에게 

전하면서도 한나는 감시원 일을 하며

죽게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죄책감을 

고백하지 않는다. 

이 모순은 마이클에게도 작용한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할 만큼 

그의 인생에서 강렬했던 한나. 

하지만 그는 무기징역을 받기 전 한나를

만나러 가지 않는다.

전도유망한 마이클에게도 한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한 

수치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사실 마이클에게 평생 남을 죄책감은 예견되어 있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교수는 젊은 그에게 조언했다. 

"죄책감을 평생 지고 살아갈 텐가?"

마이클은 그렇게 평생 짊어지고 갈 죄책감을 선택했다. 

그 죄책감으로 긴 세월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책을 읽어줘야 했던 남자. 

결국 그녀의 죽음 이후

한나와의 관계를 고백할 수 있었던 마이클. 

두 사람의 사랑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마이클이

책을 읽고 테이프를 만드는 장면만큼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글을 모르는 그녀를 위해 

테이프에 숫자와 함께 동그라미를 그리는 마이클의

마음을 사랑이 아니면 또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수없이 남이 읽어주는 책을 

듣기만 하던 한나에게 글을 배워 편지를 쓰게 만든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한나의 빈 깡통과 닮아있다. 

생존자이자 작가가 말한 대로 

수용소에서 누군가 훔쳐간 깡통의 내용물은

중요하지 않았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무언가를 담았던 

그 깡통이 가진 의미가 중요했던 것이다. 

오래된 깡통에는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솔직한 진심이 들어있었다. 

영화에는 끔찍한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정 장면 만으로도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있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곳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을

그저 자신의 임무였다고 말하는 한나는

짧은 순간 진짜 악마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한나의 말대로 감시원인 그녀에게

그 일이 정말 매일 벌어지는 일과였을 지도 모른다. 

영화 속 한나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는 일에

잔인하게 살해된 그들을 향한 죄책감이

묻어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나의 좁은 독방과

생존자의 호화스러운 삶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잘못에 대한 대가는 이렇게 치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욕정과 사랑에 들뜬 

순수한 소년 마이클을 그대로를 연기한 다비드 크로스와

예술과 책을 사랑했지만 글을 알지 못하고

무지하고 투박하지만 영리하고 아름다웠던 여자.

누구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한나를 고스란히 연기한

케이트 윈슬렛.

어린 시절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한나를 사랑했지만

더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는

메마른 성인이 된 마이클을 

연기한 랄프 파인즈. 

모든 것이 완벽했던 영화 '더 리더:

책을 읽어주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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