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볼 계획이 없었으나 어쩌다 뒤늦게 보게 된 영화 기생충.
(개인적으로 상 받은 영화들은 대체로 재미없어하는 무식한 사람임.)
영화는 생각보다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그 찜찜함에 있다.
영화 내용. (스포 있음)
핸드폰 비용도 내지 못해 남의 집 와이파이를 훔쳐쓰는 처지였던
기택의 집에 기회가 찾아온다.
그 기회는 아들 기우의 친구가 소개해준 영어 과외였다.
기우는 손재주가 좋은 동생의 도움으로 박 사장의 집에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간다.
번쩍번쩍한 박 사장의 집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그는 동생 기정까지
그 집 미술 선생님으로 만든다.
온 가족이 백수였던 그들은 그 기세로 박 사장의 기사와 도우미 아줌마까지 그만두게 만든다.
그리고는 아버지인 기택을 기사로.
어머니인 충숙을 도우미로 들이는 일에 성공한다.
모든 일이 순조롭던 어느 날.
박 사장의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그 커다란 집을 차지하고 있던 기택의 가족들 앞에
그만둔 도우미 아주머니가 나타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찾아온 그녀는 다짜고짜 지하에 있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
굶고 있던 남편에게 먹을 것을 전해준다.
그녀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편을 지하에 숨겨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택의 가족.
하지만 그녀 또한 기택의 가족이 박 사장에게 사기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순식간에 전쟁터가 된 그곳.
그리고 그 순간 걸려오는 사모님의 전화 한 통.
급하게 도우미 아줌마 내외를 지하에 가둔 기택의 가족은
갑자기 집으로 돌아온 박 사장의 가족을 피해 힘겹게 도망친다.
설상가상으로 물에 잠긴 기택의 집.
그들은 그 와중에 박 사장의 막내아들 생일 파티로 달려간다.
한편 지하에 있는 부부를 처리하기 위해 혼자 지하실로 내려간 기우.
하지만 그는 아내의 죽음으로 미쳐버린 남편에게 먼저 당하고 만다.
기우를 쓰러트리고 사람들이 가득한 정원으로 나간 남자는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더니
케이크를 든 기정의 가슴에 칼을 꼽는다.
아수라장이 된 생일 파티.
기절한 아들을 끌어안고 차 키를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박 사장.
피를 쏟아내는 딸을 안은 기택은 그에게 차 키를 던져준다.
그러자 코를 막고 차 키를 손에 쥔 박 사장.
그 순간 기택은 칼을 쥐고 박 사장을 향해 달려든다.
나의 사사로운 감상평:
핸드폰 비용도 내지 못하는 기택의 허름한 반지하에 기우의 친구 민혁(박서준)은 수석을 들고 온다.
기택의 집에서 가장 필요 없는 것이 바로 그 '수석'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기우는 그 무용한 것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지하로 들고 오지만,
그는 끝내 그 무용한 것을 유용하게 써먹지 못한다.
삶아 먹지도 못하는 그 수석의 가치는 기택의 집에서 절대 찾을 수 없다.
기택의 반지하에서 보이는 옹색한 풍경과
박 사장의 예술적인 집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조금도 닮은 곳이 없다.
하지만 이제 그 아름다운 정원에는 기택이 묻은 시체가 있다.
적어도 그 풍경은 이제 시체가 묻혀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
기우의 운동화처럼 물에 잠겨버린 그들의 반지하가 그날 물에 잠기지 않았더라면.
박 사장의 집에서 뛰쳐나온 그들이 만약 온전한 반지하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씻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면.
기우와 기택의 선택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나 같은 사람은 도대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찝찝함과 찜찜함만 남는다.
사실 박 사장의 가족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
그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피해자다.
그들은 일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지도 않으며 불합리한 대우를 하지도 않는다.
"아내를 사랑하십니까?"
기택이 박 사장의 신경을 건드리는 질문 하나.
물론 박 사장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죄가 아니다.
영화 속의 박 사장은 불륜은 물론 어떤 종류의 결함도 드러낸 적이 없다.
기택의 아내 말대로 '돈이 구김살을 핀다.'
그렇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난데없이 코 좀 막았다고 살해당해야 하는 부자를 보여주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설마 "부자는 선할 수밖에 없고 가난한 사람은 악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왔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사실 개인적으로 박 사장의 집안에 빨대를 꼽고 기택의 가족이 쭉쭉 성장해 나가는 내용을 기대했다.)
순수하게 '숙주를 죽인 기생충'의 애환을 그린 것인가?
사실 기택이 박 사장을 죽이고 지하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그들은 기생충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조와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그들은 충분한 노동력을 제공했다.
(당연히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고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버리지 취급까지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영화에서 진짜 기생충은 어쩌면 박 사장을 죽인 이후의 기택뿐이다.
내 눈에는 이상하게 조금 부족해 보였던 영화 기생충은
지금도 솔솔 하층민 냄새를 풍기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찜찜하고 불편한 영화가 틀림없다.
영화 속에서 무척 많이 나왔던 그 계단들이 꼭 너희는 절대로 올라올 수 없는 곳이니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처럼 보인다.
살아난 기우가 꾸는 허망한 꿈처럼 말이다.
(역시 난 상 받은 영화 볼 수준이 아닌 사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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